▲ ‘저탄소·전기화 시대의 히트펌프 활성화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전 지구적인 기후위기가 인류의 지속가능한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온실가스가 늘어나 온난화가 빨라질수록 폭염과 혹한, 극한 기상으로 인한 피해는 급증할 우려가 높으며 가정, 수송, 산업, 상업 등 모든 분야의 시급한 탄소중립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국내외를 막론하고 주목받고 있는 기술이 바로 '히트펌프'다.
산업교육연구소(KIEI, 소장 김성의)는 9월22일 ‘저탄소·전기화 시대의 히트펌프 활성화 세미나’를 온·오프라인 동시 개최해 성황을 이뤘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히트펌프 기술과 시장, 동향, 향후 전망 일체를 조망해 보는 시간을 가졌으며 국내 최고 히트펌프 전문가를 비롯해 전력거래소 신사업 육성 관점에서의 활성화 방안과 한전 전력연구원의 실증과제 등을 짚어봤다. 또한 아직 히트펌프시장이 개화하지 않은 국내시장에서 히트펌프기술이 빠르게 도입되기 위한 선결 과제와 정책 개선과제는 무엇인지도 제시됐다.
이번 세미나는 △히트펌프의 현재와 미래(김민성 중앙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전력 신사업 육성방안 및 히트펌프 활성화 과제(안병진 전력거래소 전력신사업처장) △저탄소·전기화 시대 히트펌프 기술 이슈와 전망(김원욱 한국냉동공조인증센터 박사) △히트펌프 연계 데시컨트 공조기술(이대영 휴마스터 대표) △주택 냉난방 및 급탕 일체형 히트펌프 연구개발 실증(조종영 한국전력공사 전력연구원 선임연구원) △전력에너지 히든카드 기술, 어떻게 키워야 하나(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 등으로 주제발표가 이뤄졌다.
▲ 김민성 중앙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탄소중립 위한 통합적 로드맵 필요
첫 발표에 나선 김민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히트펌프의 현재와 미래’라는 주제로 기조강연을 시작했다.
에너지효율이 중요한 이유로 ‘증기압축 사이클의 과도한 전력소비’, ‘불소계 냉매로 인한 지구온난화, 오존층 파괴’, ‘지구온난화로 인한 냉방부하의 급증’ 등을 꼽으며 히트펌프발전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김민성 교수는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 등의 나라에서는 난방 수단으로 90% 이상이 히트펌프를 사용하고 있다”라며 “영국 같은 경우에는 현재 판매량이 많지는 않으나 가스 및 물가 등의 가격이 오르고 있어 히트펌프 보급 정책을 강력히 펼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시장에서는 발전이 미비하고 그나마 판매량이 조금씩 늘고 있는 이유는 기후변화적인 요소가 크다”라며 세계 흐름에 비해 더딘 국내 히트펌프시장 현황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국내 히트펌프시장 발전이 더딘 까닭은 무엇일까. 김 교수는 “가열을 목적으로 하는 기기는 보일러, 전열기 등 다양하게 존재하며 히트펌프는 효율을 제외하면 가격과 편의성 측면에서 취약한 편”이라며 “에너지가격 또한 ROI 측면에서 불리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부문별 히트펌프 보급을 위한 전략 확보가 필요하다며 "가정용 히트펌프 보급이 활발해지면 히트펌프에 대한 기술적 이해도가 높아짐에 따라 대국민 수용성이 개선될 것”이라면서 가정용 히트펌프 보급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또한 “전체 에너지의 64%를 사용하고 있는 산업부문의 보급에 잠재력이 크다”라며 “산업용 보일러를 대체하는 히트펌프 보급 확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 기술개발 및 보급을 위한 통합적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통합 로드맵을 위해서는 “열에너지에 대한 이해부터 시작해야 한다”라며 “온도 수준에 따라 기술, 적용처 등이 다르다”라고 부연했다. 덧붙여 미래시장 선점을 위한 정책 과제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며 “통합 로드맵을 위한 전략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위한 온실가스 절감에 대한 정량적·객관적 지표 산정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라며 정부 정책의 방향성 변화를 희망했다.
▲ 안병진 전력거래소 전력신사업처장.
전기에너지를 통한 부가가치
안병진 전력거래소 전력신사업처장은 ‘전력 신사업 육성방안 및 히트펌프 활성화’ 발표에 앞서 청중들을 향해 “전력산업의 현황 및 당면한 문제점을 알게 되면 히트펌프를 개발할 때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전력산업의 현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안병진 전력신사업처장은 “한국전력에서 생산부터 판매까지 독점하고 있었지만 IMF 이후 경쟁 및 활성화 차원에서 발전공기업 5개사와 원자력공기업 1개사 등 총 6개사로 구조개편이 된 상황”이라며 “이제는 발전소를 지어 운영하는 민간발전업체들도 많이 생겨났다”고 말했다.
전력산업에서 중요한 것은 “생산과 소비, 즉 수요와 공급을 실시간 일치시키는 것”이라며 “전력거래소가 시장 메커니즘 형성에 기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전국의 발전소와 전력망 가동에 대해 계획을 수립하고 이상 징후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24시간 365일 모니터링하고 있다”라며 전력거래소의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
안 처장은 본론으로 들어와 ‘전력신시장에서의 히트펌프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히트펌프를 이용하면 상온에서 열교환을 통해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으며 전기요금 수준이나 사용패턴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지만 보편적으로 비용 절약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전기요금 절감 효과라는 1차원적 접근뿐만 아니라 전기사용 패턴 조절을 통해 전력 수급에 기여할 수 있다”라며 ‘부가가치 창출’이라는 2차적 접근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서는 공급 및 수요에 집중해야 한다는 그는 “공급 측면에서 볼 때 ‘재생에너지 입찰제도’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입찰제도는 재생에너지와 ESS 등을 집합 자원으로 발전량을 입찰하고 입찰량 미 준수시 패널티를 부과하는 시스템이다. 이어 “지난 6월 통합발전소를 통해 전력거래가 가능해지는 전기사업법이 개정됐다”라며 “통합발전소제도는 내년 2월부터 복합 시행되니 주목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수요적인 측면에서는 “경제성, 신뢰성, 주파수 DR 등 다양한 수요자원시장에 참여할 수 있다”라며 “통합발전소는 수요시장 외에 타 발전자원과 함께 통합발전소를 구성하는 요소로 활용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 김원욱 한국냉동공조인증센터 박사.
히트펌프 기술이슈와 전망
김원욱 한국냉동공조인증센터 박사는 ‘저탄소·전기화 시대 히트펌프 기술 이슈와 전망’ 발표를 통해 “전 세계 히트펌프시장규모는 2021년 677억달러로 2030년까지 연평균 8.1% 성장률을 예상할 수 있다”라며 “미국의 경우 연평균 10.1% 이상의 성장률, 동유럽은 40억달러 이상 수요, 일본은 29억달러 이상 수요, 중국은 향후 14.9% 성장률 등을 예측할 수 있다”고 히트펌프시장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탈 HFC냉매, 비압축식 사이클, 융합시스템 등 글로벌 AC, HP 기술개별 현황에 대해서는 “미국은 DOE를 중심으로 HVAC 전략과제 발굴을 진행 중이며 일본은 Ultra Low GWP(1이하) 냉매 및 복합열원 적용 고효율 AC, HP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은 태양광융합형 Low GWP, 초고효율 DC Component를 개발 중이며 인도는 GCP(Global Cooling Prize)를 중심으로 Solving the cooling dilemma 프로젝트를 추진해 친환경, 고효율 목표를 달성한 기업, 제품에 대해 수상한 바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전 세계 에너지효율제도에 대해 소개했다. △미국: RAC, PAC, Duct unit, VRF 등 AC, HP와 관련된 모든 품목에 대해 DOE MEPS, EPA Energy star 기준 적용 △유럽: RAC, PAC, Multi, Duct unit 등 AC, HP와 관련된 다양한 품목에 대해 EU 라벨링 인증제도 시행 △중국: AC, PAC, Multi에 대해 MEPS, 라벨링 시행 △일본: AC, PAC, Multi 시스템 Top-runner 시행 △한국: 전기냉방기, 전기냉난방기, 멀티전기히트펌프 MEPS, 효율등급기준 설정 및 관리 등을 시행하고 있다.
김원욱 박사는 “현재 히트펌프는 전 세계 건물 난방수요의 약 10%를 차지하고 있으나 2030년까지 친환경 히트펌프 비중이 20% 이상 증가해야 글로벌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며 친환경 냉매전환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 이대영 휴마스터 대표.
데시컨트 공조기술, ZEB 구현
이대영 휴마스터 대표(전 KIST 도시에너지연구단장)는 ’히트펌프 연계 데시컨트 공조기술‘ 발표를 통해 “제로에너지건축은 건물에서 쓰이는 냉난방 포화를 대폭 줄여 에너지절감을 하자는 것”이라며 “온실가스감축정책에 따라 제로에너지건축 의무화가 확대되고 있으며 2025년에는 공공건물뿐만 아니라 모든 민간건물까지 제로에너지건축을 적용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현재 제로에너지건축이 확대되고 있지만 사례가 많지 않아 실내 환경 데이터가 부족한 실정이다. 이대영 대표는 제로에너지건축과 유사한 사례를 들어 ’지하 공간‘을 비유하며 제로에너지건물이 습한 이유에 대해 고단열로 실내온도가 외기보다 낮은 것, 환기로 외부 습기가 그대로 유입되는 것, 실내 상대습도가 증가하는 것 등을 꼽았다.
상대습도 원리에 대해 다시 한번 강조하며 “제로에너지건물에서는 에어컨으로 습도조절이 어렵기 때문에 냉각방식으로 접근하면 안된다”라며 “온도는 그대로 두고 습기만 제거할 수 있는 ’데시컨트 제습‘이 필요하다”며 히트펌프 연계 데시컨트 공조기술 필요성에 대해 밝혔다.
이 대표는 “히트펌프가 아니라 이제는 히트펌프와 모이스쳐펌프가 결합된 ’엔탈피펌프‘로 나아가야 한다”라며 “자사는 온도는 놔두고 습도만 낮추는 ’휴미컨‘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휴마스터의 휴미컨은 데시컨트제습 청정환기 솔루션으로 2020년 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공인 인증시험을 마쳤으며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전기 제습기대비 140% 제습효율을 자랑한다.
휴미컨은 △고급주택 △수장고 △지하공간 △어린이집·요양병원 △공공기간 △실내수영장·아이스링크·산업공정 등에 시공되고 있다.
▲ 조종영 한국전력공사 전력연구원 선임연구원.
신규 전력공급제도 도입 검토
조종영 한국전력공사 전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주택 냉난방 및 급탕 일체형 히트펌프 연구개발 실증’ 발표를 통해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을 위해 냉난방부문 전기화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내의 경우 분산에너지 활성화법을 통해 탄소중립에 힘을 보태고 있다”고 말했다.
분산에너지 활성화법은 분산에너지 중심 전력망 전환을 위한 규제를 위한 규제 해소, 시장 제도 및 기반 조성 등 확산 정책 이행 및 시장 창출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한 것으로 지난 6월13일 공표됐으며 1년 후 시행 가능하다. 분산에너지 활성화법 내용에는 △지역 전력 자립화를 위한 분산에너지 설치 의무화 △분산에너지의 능동적 급전 제어를 위한 배전망 관리 감독 △전력수요 분산 유도를 위한 전력계통 영향평가제도 △VPP, 전력 거래 특례, 자립형 MG 실증 및 확장 등이 포함돼 있다.
한국전력공사에도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 예정이다. 현재 전력시장은 현행 발전사만 입찰하는 단방향 시스템이지만 2025년 이후에는 전력구매자도 입찰하는 양방향 입찰시스템을 도입하기 때문이다. 한전은 수요입찰 참여를 위해 전력수요를 예측하고 전력수요 예측오차를 대응하기 위한 수요관리 또한 지원할 예정이다. 예측오차로 인한 패널티 발생 시 오차감소를 위해 수요관리 자원을 사용할 계획이다.
조종용 선임연구원은 “냉난방 및 급탕 일체형 히트펌프를 연구개발하고 있다”라며 “전기에너지주택 히트펌프 난방시험을 완료한 상황이며 히트펌프 설계-시험데이터 비교분석 및 신뢰성 운전도 마쳤다”고 밝혔다. 이어 “기존 냉매에서 친환경냉매를 적용해 성능시험을 완료했다”며 실증사례 현황에 대해 공유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유연자원화 연구내용을 알리고 싶다며 ‘신규 부하관리 자원화를 위한 신규 전력공급제도’에 대해 설명했다. 이 제도에 대해서는 “고객이 냉난방 부하를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는 제어시스템 및 에너지저장장치가 포함된 (한전 인증을 거친)표준화된 제품을 설치한 후 전력수급상 필요시 한전에서 원격제어할 수 있도록 약정을 체결하면 실치지원금 및 제어지원금을 지원하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에너지저장장치를 포함한 냉난방기능 탑재 히트펌프를 대상으로 하며 평상시에는 전력사용 최적화를 통한 자율제어시스템으로 운영되지만 비상시에는 연간 20회, 1일 4시간 이내로 제한한다. 설치지원금, 제어지원금은 국내외 유사사업 분석 및 용역을 통해 적정수준을 도출한다.
▲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
시장 구조개혁 과제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전력에너지 히든카드 기술, 어떻게 키워야 하나’ 발표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히트펌프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라며 “유럽, 미국의 경우 히트펌프 수요 폭증에 재고와 인력이 부족한 상태”라고 밝혔다. 특히 “독일은 정부차원에서 설치기사 3~4만명을 양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전환과정에서 재생에너지 변동성으로 인한 불균형을 해소할 유연성 자원이 강조되고 있는 추세다. 과거 원전은 ‘저탄소 전원’, 열병합발전은 ‘에너지효율’ 측면에서 권장됐으나 에너지 전환을 위해 유연자원으로 대체가 필요한 시점이다.
석광훈 전문위원은 “국내 지역난방 아파트 및 산업용 열병합발전소들도 대형 히트펌프로 전환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며 “난방용 히트펌프조차 전력계통에 미치는 악영향을 저감하기 위해 계절적 변동성이 큰 태양광대비 풍력발전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히트펌프 전환에 앞서 준비돼야 할 기반 상황은 무엇일까. 석 전문위원은 “국내 히트펌프 적용은 기술적 문제 이전에 기존 ‘탈석탄 연료전환 ,가스가격 보조정책’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온수탱크의 아파트설치 한계를 고려해 공기열원 히트펌프와 가스보일러 하이브리드형으로 가스난방수요를 점진적으로 저감해야 한다”라며 "제조업종 및 지역난방 아파트는 대형 수열·지열히트펌프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은실 기자
Vlad Magdal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