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나 과자 포장 속에 들어 있는 '실리카겔'과 같은 건조제를 활용해 제습 효율을 1.6배 높인 새로운 개념의 제습기가 개발됐다. 뜨거운 공기나 찬 바람으로 습도를 없애는 제습기와 에어컨과 달리 온도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점에서 활용도가 높다는 평가다.
이대영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국가기반기술연구본부 책임연구원 연구팀은 건조제를 활용해 제습기나 에어컨 제습 기능보다 에너지 효율이 1.6배 높으면서도 실내온도 변화 없이 습도만 제거하는 제습 기술을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최근 여름철 한반도가 유독 덥게 느껴지는 것은 습도가 높기 때문이다. 습기는 열을 가두는 성질이 있어 한낮 더위가 밤이 되어서도 그대로 이어지며 열대야가 유지된다. 열대야의 최저 기준온도인 25도가 냉방 기준온도인 26~28도보다 낮은데 더 잠들기 힘든 이유도 습도 때문이다. 습도가 높으면 더위뿐 아니라 땀이 증발하지 않아 불쾌감을 느낀다. 이 때문에 여름만 되면 제습기나 에어컨이 쉴 새 없이 돌아가게 된다.
제습기나 에어컨 모두 같은 제습 원리를 갖고 있다. 차가운 표면을 습기를 머금은 공기가 통과하면서 이슬이 맺히는 현상을 이용해 제습한다. 단 제습기는 공기가 차가운 표면을 만들기 위해 열을 뽑아내는 응축기도 통과하기 때문에 더 뜨거워져서 나오고, 에어컨은 응축기가 실외기 형태로 분리돼 있어 차가운 공기가 그대로 나와 온도가 떨어지는 차이가 있다. 밀폐공간에서 기존 온도를 그대로 유지할 수 없다는 게 둘의 공통된 단점이다.
연구팀은 '데시컨트'를 활용한 새로운 개념의 제습기를 개발했다. 습기를 머금은 공기가 데시컨트 로터를 통과하면서 제습되고, 데시컨트는 응축기에서 나온 열로 다시 재생된다.
연구팀은 김이나 과자 포장 속에 있는 ‘데시컨트(건조제)’를 활용해 실내온도를 유지해주는 제습기를 개발했다. 데시컨트는 공기 중의 습기를 직접 흡수한다. 연구팀은 전기제습기에 ‘데시컨트(건조제) 로터’라는 자체 개발한 고분자 제습 소재를 붙인 습기 필터를 추가했다. 이 소재는 실리카겔보다 제습 성능이 5배 높았다. 공기가 회전하는 데시컨트 로터를 통과해 제습되기 때문에 외부로 나오는 공기 온도는 들어갈 때와 똑같게 된다. 데시컨트 로터는 회전하면서 응축기가 내는 열로 다시 재생된다. 연구팀은 “에너지 회수 방식을 쓰기 때문에 적은 에너지로도 높은 제습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 기술에 ‘휴미컨’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휴미컨은 에너지인증연구소의 인증시험 결과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전기제습기와 같은 소비전력을 쓸 때 1.6배 나은 제습 능력을 보였다. 연구팀은 “습기 필터가 내부적으로 재생돼 교체 없이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다”며 “전기제습기의 불만 사항인 실내 온도상승과 소음 문제도 해결했다”고 말했다. 이 책임연구원은 ‘2018년 올해의 10대 기계기술’에 선정된 휴미컨 사업화를 위해 지난해 ‘휴마스터’를 창업하고 올해 본격적인 상용 보급을 시작했다.
이 책임연구원은 “고효율 제습 기술로 열대야로 인한 전력 대란이나 전기료 걱정 없는 여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며 “이 기술은 열대 및 온난다습한 기후에 적합한 기술로 한국뿐 아니라 일본, 중국, 동남아, 인도, 북중남미 등 세계 대부분 지역에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Vlad Magdalin